익숙한 일상속 ‘여행의 다양성 풀어낸 삶의 조언’
‘영광 추락, 욕망 희생, 희극 비극’ 역사의 흔적!
‘나를 우리나 인간’으로 포용의 성숙된 문화 강조
● 지구촌 풀어보는 ‘역사와 문화’
“여행하지 않은 사람은 세상이라는 책을 한 페이지만 읽은 셈이다” 고대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의 명언이다. 여기에는 세상엔 다양한 삶과 문화가 공존하는 이 세상이 너무 광활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고통에서 유래된 여행, 교통수단이 발달한 현재의 여행은 고통보다 즐거움의 개념이 강해졌다. 과거 교통수단이 발달하기 전, 여행은 고역과 마찬가지였다. 공격이나 강도 등의 나쁜 일을 당할지 모르는 위험도 상존했다. 19세기 후반부터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이후 점차 여행이라는 개념이 고통, 고난에서 즐거움과 자기계발 등으로 재정립되었다.
과감한 시도를 하거나 혹은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인 ‘안전지대에서 벗어나다’는 표현이 있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탈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사람의 사고와 시선은 주변 환경에 의해 전적으로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그런데 낯설고 새로운 장소에서는 평소 보고 듣지 못했던 것을 접하게 된다. 내가 당연히 여기던 일을 여행지에서는 낯설다 못해 문화 충격으로 다가오는 순간을 수시로 마주한다.
▲ pixaabay.com 나와 너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해 가면서 함께 살아가지 않으면 세상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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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지구문학 발간, 저자 한솔)은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그곳에서의 느낌을 기록한 글이다. 현장에서의 단상을 메모한 것, 여행 전 찾아보았던 내용, 두서없이 헝클어져 있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여행지에서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하여 기록한 수필이라고 해야 적당한 내용이다. 여행과 관련한 기록이지만 여행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보다 현장에서 떠오른 작가의 생각을 바탕으로 작성한 수상록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한솔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울한 상태에 빠지거나 실패로 슬퍼한 순간들 하나 없이 기쁨과 즐거움만 가득한 생활이라면 삶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아보려는 동기를 갖기 어려울 것이다. 누구도 그런 삶을 살지는 못한다. 여행지에서 마주한 흔적엔 영광과 추락, 욕망과 희생, 희극과 비극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그럼에도 저자는 ‘차이의 다양성 수용’을 보편적 인류학적 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 관점에서 조망하는 배려를 아끼질 않는다. 저자의 논점은 이렇게 함축된다.
▲ pixaabay.com 사실 다양함은 나의 부족함을 채워줌으로써 온전하게 만들어 주는 기능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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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주어진 자연조건보다 스스로 만들어 낸 제도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는다. 제도 안에서는 생존 방식의 다양함이나 지위와 소유의 차이로 강(强)과 약(弱)이 발생한다. 차이는 차별로 연결되기가 쉽고 삶에서 격차가 발생한다.
역사는 더 큰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강자와 이에 저항하는 약자의 갈등으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은 이 갈등과 소속된 사회 시스템의 한계로 발생한 차별적인 삶을 개선하려고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둘 사이의 격차를 줄여가는 노력과 투쟁은 지금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생각, 사상, 인종, 문화, 지역, 계층이 다른 것으로 세상은 언제나 분열되어 있었다. 그러나 동일한 이유로 다채로운 모습을 갖고 있기도 한 곳이 세상이다.
이어 저자는 이렇게 부언한다. “현지에서 보았던 현재의 삶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유한 뉴욕, 뭄바이같이 가난한 곳에서도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인 삶의 모습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어느 곳이든 시간이 지나면 그들의 모든 이야기는 과거 흔적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저자는 태양과 빛을 예로 들면서 공존의 원리를 제시한다.
태양은 지구로 빛을 발사하지만 지구가 동그란 것으로 모든 곳에 빛이 고루 도달하지는 못한다. 강렬한 빛으로 풍성한 곡식과 과일을 수확할 수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도달하는 빛이 미약해서 생명이 존재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이 차이는 태양이 의도한 것은 아니다. 자연의 법칙과 세상의 이치는 본래 그런 것이다. 양지 곁에는 음지가 존재하기 마련이고 누구도 그림자 없이 움직일 수 없는 곳이 세상이다.
차이를 피할 수는 없으며 차별은 어디에서나 발생한다. 그래서 다양하다. 사실 다양함은 나의 부족함을 채워줌으로써 온전하게 만들어 주는 기능을 한다. ‘나’를 ‘우리’나 ‘인간’으로 바꾸어도 의미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다양함으로 소외되거나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있다.
나와 다르다는 것으로 상대를 인정하지 않거나, 함께 생활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차별이다. 나와 너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해 가면서 함께 살아가지 않으면 세상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 pixaabay.com 한 번쯤 익숙한 장소와 주변 환경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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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이해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자유롭게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모두 행복하게 사는 최고의 방법은 공존을 인정하는 것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공존을 인정하지 않고 평화가 실현되는 건 불가능하다.
이동과 여행의 제약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왜 집을 떠나고, 왜 여행을 떠나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내 집만큼 편안하고 아늑한 장소는 드물다. 그러나 한 번쯤 익숙한 장소와 주변 환경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에필로그를 마무리한다. “나는 이 글이 읽는 이들이 서로 다르더라도 동등한 위치에 선 존재들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이고 평화롭게 사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전봇대에 매달린 등불이 어두운 골목길을 밝히듯 닫힌 마음을 열고 우리 함께 힘을 합쳐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원한다.”
■ 한솔 작가 소개
본명 한영호. 1957년 경기도 양평 산. 서울교육대학과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36년간 교직에 몸담았다가 마포중학교 교장으로 퇴직, 작가로 한국문인협회 회원, 지구문학작가회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