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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몸은 하나, 귀는 이토록 아픈데”
기사입력  2024/08/28 [07:41] 최종편집    림삼 / 시인

 

 

귀가 아파요

 

 

 

▲ pixabay.com


 

어느새 해는 서산으로 지고

노을은 하늘

마지막으로 불태웁니다

불길에 깊게 타버린 부분

검게 물들어갑니다

 

아직 별은 뜨지 못합니다

 

내 소망이었던 가슴 판막들

결마다 선명하게 찢기는듯

아득하고 검은 속으로 빠져듭니다

 

눈앞 흘러내리는 어둠너울

넋 다시는 되찾을 수 없도록

완전 수거해갑니다

 

마음과 몸은 본래 하나라지요, 그래서

너무 많이 기뻐하면 심장이 상하고

너무 자주 화내면 간 나빠진다던데,

 

슬픈 노래 너무 좋아하면 폐가 망가지고

복잡한 생각 너무 하면 소화기 이상 생긴다지요

 

그럼, 그럼 귀가 이리도 아픈 건

무엇때문일까요 ?

 

어둠보다 무서운 건 들리지 않는 적막함,

 

차라리 도시의 소음이 그립습니다

정적으로 귀청 먹먹해집니다

 

내 모습도 그 속 먹혀들어

사그라질 것 같습니다

주위는 어둠 입자속 흐물흐물 풀어지고

늘어진 곡소리만

꿈틀대고 있습니다

 

귀는 이토록 아픈데도요

 

    

詩作 note 

예로부터 육신의 통증 중에서 가장 아픔을 심하게 느끼는 건 귀가 아플 때이고 두 번 째가 치통이라고들 한다. 물론 사람은 손가락을 살짝 베인다거나 발을 약간 접질려서 인대에 무리가 가기만 해도 온통 거기에 신경이 쓰이고 아픔을 느끼는 존재인지라 통증의 순위를 정하는 건 별무소용이다. 그냥 그만큼 귀에 이상이 생기면 통증이 심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귀는 머리와도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일단 귀가 아프기 시작하면 지끈거리는 두통까지 동반되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필자는 유독 어려서부터 귓병을 자주 앓았다. 그 시절에 강원도 척박한 시골에서는 제대로 된 의료 처방이나 치료라고는 아예 기대할 수도 없던 시절인지라 사시사철 귀를 틀어막고 다녔던 기억이다. 그러면서도 여름이면 냇가로 나가 살다시피 했으니 귀를 돌볼 여유는 숫제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그러다보니 그 질환이 골수에 미쳐 거의 영구적인 귓병과 난청 증상을 불러온 듯 하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군 시절에는 특전사에서 근무하면서 스쿠버점프라는 특수 행위를 자주 하다보니 귀가 성할 날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반복되던 몇 차례의 고막 수술 끝에 인공 고막을 삽입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지만 불편함은 감수하면 되는 것이고, 아무튼 언제부터인가 고질적인 통증은 더 이상 느끼지 않아도 될 정도로 대충 갈무리가 되었기에 지금은 잘 듣지는 못해도 귀앓이는 하지 않고 있다. 이 시는 예전 어느 시절 극한 상황에 처해져서 임의로 치료를 진행할 수도 없던 열악한 처지에서 갑자기 재발한 귓병에 시달리면서 적은 시이다.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남의 일인 듯 여기고 싶어서 너스레를 떨면서 글로 승화시키려 애를 썼으나 그래도 밤잠을 못자면서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던 기억이다.

 

아마도 당시에는 그 통증만 해결된다면 다른 어떤 고통이나 난관 쯤은 다 극복할 자신이 있으리라고 믿었을 게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며 머리를 부여잡고 뒹굴면서 한동안을 시달렸던 그 때 생각은 지금 되돌려 반추해도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으스스하다. 물론 귀 아픈 증상이 사라진 현재, 당시의 각오나 다짐처럼 어떤 난관이나 역경도 너끈히 물리치고 나아갈 만큼의 담대하고 신중한 삶의 철학을 견지한다거나 대범하고 숭고한 인격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아니, 그런 기적은 애초에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소시민으로서 특별한 탈이 없이 하루를 살아가면 만족하는 형편이니까 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온 몸으로 변변치 못한 건강의 징후를 느끼면서 여기 저기 안 아프고 결리지 않는 데가 없을 정도다. 옛날의 그 귀의 통증은 이제 와서 아무런 자각이나 소망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이미 25년 전 젊은 시절에 걸려든 당뇨병의 영향으로 매일 상비약을 복용하면서, 나름 건강 관리에 힘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슬며시 엄습한 합병증으로 고지혈증에 콜레스테롤 이상, 게다가 수년 전부터는 오래 먹은 약의 부작용이 서서히 나타나면서 전립선과 췌장, 그리고 신장기능의 이상 증세가 겹쳐지면서 면역력도 떨어지고 각종 질병이 수시로 몸을 괴롭히니 우스갯소리로 종합병원이 되다시피 한 실정이다.

 

정기적으로 꼬박꼬박 여러 가지 백신주사를 맞고 있는데도 코로나에 대상포진에 폐렴에, 질환이란 질환은 모두 개근을 하고 게다가 수시로 독감도 맞아들이고 있으니, 예컨대 이 몸뚱이는 어느새 질병의 총본산이 되어버렸나보다. 생각해보면 참 보잘 것 없는 인생무상이요 허무한 삶의 궤적이다. 남들은 힘차게 백세인생이라고 노래를 하면서 모두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불로장생의 꿈을 꾸고 있는데 어째서 유독 필자는 남몰래 이리도 건강이 원만치 못한지 정말 쓸쓸하고, 스스로 보기에도 애처롭고 불쌍타.

 

그러니 어쩌랴. 이게 타고난 팔자이고 운명인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어진 윤택하고 건강한 삶 보다는 비록 꾀죄죄하고 볼품 없는 모양새일 망정 필자의 이 삶이 소중하고 귀한 내 것임에야. 이제라도 아끼고 보살피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오늘의 삶이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하늘의 뜻이요, 사람 된 도리이리라 여긴다. 아울러 피폐해져가는 정신 건강에도 좀 더 신경을 써주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가능하면 좋은 것만 생각하고 좋은 일만 골라 하면서 남은 여생을 축복과 보람으로 메꾸어가야겠다는 결의를 새삼 다지는 아침이다.

 

누가 나에게 큰 잘못을 하면 당황스럽다고 여긴다. 그런데 소소한 작은 잘못을 하면 오히려 그것에 마음이 크게 상할 때도 있다. 크고 작음의 차이는 누가 구분짓는 것일까? 이제는 매미가 시끄럽게 울다가 들어갈 때가 되었다. 매미는 7년을 땅 속에 있다가, 15일을 지상에 나와 살다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7년 못다한 말을 15일 동안 시끄럽게 떠들어대다가 죽는가 보다.

 

사람은 열달 뱃 속에 있다가 70, 80, 요즘은 100년을 산다고 하고 있다. 길다면 긴 삶이다. 그런데 왜 매미처럼 하고 싶은 말 서로 목청 높여 시끄럽게 떠들면서 허둥대며 사는지, 매미처럼 급한 것도 없는데 말이다. 강물이 남보다 빨리 바다에 가려고 하면 홍수가 나기 마련이다. 같이 유유자적 흘러가도 다 함께 바다에 갈 수 있는 건데 말이다. 옆도 보고, 뒤도 보면서. 우리 모두의 삶의 모습이 이랬으면 좋겠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파치노는, “실수할까봐 걱정돼요.”라며 탱고 추기를 두려워하는 여인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한다.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실수하면 다시 추면 되니까요. 실수해서 발이 엉키기 시작했다면, 당신은 지금 탱고를 시작한 것입니다.” 알파치노가 말한 핵심은 하나다. 중요한 것은 발이 뒤엉키는 것도 아니고 실수도 아니다. 지금 멋진 춤을 추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시작하고 어떤 것을 시도하느냐가 진정으로 중요한 삶의 현실인 것이다.

 

해인사 장경판전 주련에는 원각도량하처(圓覺度量何處)”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깨달음의 도량, 즉 행복한 세상은 어디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맞은 편 기둥에 새겨져 있다.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卽時)” 다시 말하면 지금 생사가 있는 이곳, 당신이 발 딛고 있는 이곳이다.”라고 말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이다. 삶의 모든 순간이 첫 순간이고, 마지막 순간이며, 유일한 순간이다.

 

지금 이 순간은 영원할 수 있지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다. 평생 일만 하고 사는 바보들이 영원히 놓치고 사는 것이, 한낱 스러지고 말 물거품같이 허망한 권력이나 명예, 그리고 금전에 목을 매고 있는 바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건강을 멀리하면서까지 헛된 내일을 추구하는 바보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 그리고 자기 자신의 사리사욕에 골몰하여 함께 사는 기쁨과 행복을 외면하는 바보들이 끝내 모르고 말 것이, 바로 지금(present)’이다.

 

지금 필자에게 주어진 이만큼의 건강과 여유를 깊이 감사하면서, 작은 힘일 망정 세상의 평화와 평안에 기여하면서,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하여 살아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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