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목적지인 산티아고’를 거쳐
땅끝마을 피니스테레에 이르기까지 36일간 걸은 700km
순례길을 생동감 넘치는 문장으로 담아낸 대역작 서사시
● 리스본에서 피니스테레까지 순례길 700km
사람은 매일 걷는다. 출근을 위해 또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어디론가 향하기 위해 우리는 걸어야만 한다.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행위이지만 인간에게 주어진 특별한 능력이기도 하다. 걷는 동안 아름다운 풍경을 접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걷는 이의 상황과 마음가짐에 따라 길은 다르게 다가온다. 이러한 걷기의 미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길은 단연 ‘산티아고 순례길’일 것이다.
『산티아고 그 두 번째, 포르투갈 길』은 산티아고로 향한 두 번째 여정을 담은 여행에세이(작가와비평 출간)이다. 걷기에 빠진 저자가 “나는 왜 걷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출발하여 목적지인 산티아고를 거쳐 땅끝마을 피니스테레에 이르기까지 36일간 걸은 700km의 순례길을 생동감 넘치는 문장으로 담아냈다. 저자가 찍은 사진과 함께 동반자인 아내의 스케치를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포르투갈 길의 풍경을 더욱 생생하게 전한다.
책의 구성은 주요 도시 구간별로 나누어 총 5장이다. 1장 ‘Before the Camino’는 본격적으로 걷기 전의 이야기로 저자와 포르투갈의 인연을 들여다볼 수 있다. 2장부터 5장까지는 설렘과 고난이 교차하는 순례길 위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단순히 여행정보를 담은 여행 안내서가 아니라, 포르투갈 길을 직접 경험한 저자의 현실적인 조언을 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산티아고 포르투갈 길을 경험해 보고 싶거나 다녀올 계획이 있는 이에게 저자의 경험 이야기가 좋은 조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저자 서평 : 포르투갈 길만의 매력 속으로
산티아고 순례길 중 가장 많은 사람이 걷는 루트는 프랑스 길이다. 저자 역시 2017년에 첫 산티아고 순례길로 프랑스 길을 다녀왔고 두 번째로 선택한 길이 바로 포르투갈 길이다. 포르투갈로 떠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스본에서보단 제2의 도시 포르투에서 출발을 하는데, 리스본에서 포르투까지 숙소와 식당 등의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지 않기도 하고 대체로 차도를 따라 걷는 구간이 많아 위험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서 포르투갈 길을 온전히 느끼고자 수도 리스본에서 출발해 산티아고를 거쳐 피니스테레까지 총 721km의 순례길을 따라 걸었다. 프랑스에 비해 순례자에게 친절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고 마음씨 좋은 포르투갈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매일 기록을 잊지 않고 실천한 저자의 부지런함 덕분에 독자들에게도 포르투갈 길만의 매력이 그대로 전달된다. 지친 길 위에서 마주한 오렌지 한 바구니처럼, 이 책은 따뜻한 위로와 기분 좋은 웃음을 선물할 것이다.
“길이 거기 있어도 내가 걷지 않으면 산도 길도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저자는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느 길 앞에서건 주저하지 않는다. 또 ‘천천히, 꾸준히 그러나 끝까지’ 걷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빠름보다는 느림을 추구하며 주변을 돌아보는 그의 모습을 통해 “나는 왜 걷는가?”라는 질문이 결국 “나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이렇듯 인생을 산다는 것은 기나긴 길을 걷는 일과 같다. 길을 걸으며 어디서 묵고, 무엇을 먹을지 등을 선택하듯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지 앞에 서게 된다. 길이 있어도 걷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저자의 말처럼 인생은 순간의 결정들로 완성되고 나만의 삶의 의미로 채워진다.
『산티아고 그 두 번째, 포르투갈 길』은 매일 목적지를 향해 걸으며 보고 느끼고 사유한 순례의 여정을 통해 지금도 묵묵히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을 천천히 음미하는 법을 알려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이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
▪ 저자 정선종은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과장스페인·포르투갈 법인장, 제일기획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35년간 삼성에 몸을 담았다. 2017년 처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나서부터는 걷기에 빠져 살고 있다. 저서로는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루트를 걷고 와서 펴낸 여행기 『천천히, 꾸준히 그러나 끝까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