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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작가 朴又木’ 혈맥(血脈) ‘인연’(14회)
기사입력  2021/04/06 [13:26] 최종편집    작가 朴又木

신통한 말 박사라고 소문이 퍼져나갔다.

 

▲  작가 朴又木

마방장 벽부(碧夫)는 기골이 장대하고 얼굴이 우락부락하니 성깔깨나 부리게 생겼다. 그는 자신의 첫 출발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가 마방 옆에 붙은 한 막사로 마방장을 찾아 들어가 이름을 대자 벽부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당장 버럭 소리부터 질렀다.

 

야 이놈아, 술시戌時(오후 7시서 9시 사이)가 다 되어 가는데 이제서 어슬렁어슬렁 나타난단 말이냐?”

 

오늘 저녁엔 짐만 옮기면 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이 자식 봐라! 발명하는 말대꾸가 잘하면 어물쩍 엇먹으려 들겠네.”

 

그 순간에 그는 상대가 초장에 기를 꺾어 놓으려고 짐짓 자드락댐을 알아차렸다.

벽부는 복무에 관한 일장 훈시를 늘어놓았다. 그는 총명한 머리로 훈시를 빠짐없이 입력시키면서 마방장이 매우 충직하고 자신의 직무에 대해 자긍심이 강함을 느꼈다.

 

이튿날부터 시작된 그의 군영생활은 한 마디로 고달픈 노역의 연속이었다.

말은 보기당주한테 어느 무기 못잖게 중요한 것으로 특히 방령을 비롯한 장교들의 말은 전쟁 승패에 직결돼 있었기 때문에 마방의 기율은 상상 외로 엄격했으며 말은 마방 소속 병졸들에게 상전이었다.

 

마구간을 치우는 잡역으로만 한 달을 보내고 난 어느 날 그에게 새로운 임무가 부여됐다. 모두들 놀랐고 그 역시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특별히 방령의 전용 말을 전담하라는 임무였다. 고참도 감당하기 벅찬 일을 신참인 자신에게 맡긴다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수였다.

 

그러나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말이라면 친구처럼 사귀고 입안에 혀처럼 다룰 줄 알며 말의 눈만 들여다보고 숨소리만 들어도 말의 기분을 알 수 있을 만큼 그는 말을 좋아했고 말을 탔으며 말을 오랫동안 돌봤었다.

 

특히 그는 말이 좋아하는 것들, 예컨대 먹이나 기호음식이나 애정표현에 있어 도사지경에 가 있었고 말을 훈련시키고 단련시키는 데 달통했다.

 

그의 그러한 재능과 경험은 곧 빛나기 시작했다.

우선 상전 모시듯이 떠받들어 버릇이 고약하게 든 방령전용 말이 그가 돌보기 시작하면서 확 변한 것이다.

 

얼마 후에는 고참 들이 혀를 내두를 일이 일어났다. 그가 당당하게 올라탄 그 말이 마구간에서 얌전하게 걸어 나와 놀란 시선들을 헤치고 마방을 벗어나는가 싶더니 그의 호령 한 마디에 힘차게 앞으로 내닫는 것이었다. 그의 능숙하게 말을 모는 솜씨에 모두가 감탄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그의 말에 대한 경험이 아주 요긴하게 쓰이게 된 사건이 일어났다. 그가 담당한 말만 멀쩡한 채 다른 장교들 전용 말들이 일제히 밖으로 나가기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마방장을 비롯해 담당 고참병들이 똥끝이 타서 방방 뛰었다. 보고를 받은 상관에게 불려가 호되게 야단을 맞은 마방장이 아무리 고참들을 닦달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진단은 답답하게 엇갈려 나오고 이런저런 처방을 썼으나 별무 효과인 채로 정기 훈련에 나서야할 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어 저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말들이 잘 먹지도 않고 꿈쩍 않고 버티고 서 있는 속수무책에 환장할 노릇이었다.

 

한 고참이 혹시나 하여 그에게 말썽인 말들을 살펴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말들을 둘러본 후에 그 고참과 함께 마방장을 찾아가 자신이 해결해 보겠다고 나섰다.

 

그가 고참 들을 시켜 억새와 소나무가지를 베다가 두툼하게 발 형태로 엮게 한 다음 마구간을 에워싸듯 둘러쳤다. 햇빛을 완전히 차단한 것이다. 다음으로 물을 끓여 양동이에 담아 밀폐된 마구간 안으로 들어간 그가 따듯한 습포를 만들어 말의 눈을 닦아냈다. 그런 다음 습포로 눈을 감쌌다. 말들의 반응이 의외였다. 일체의 동작을 거부했던 말들이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기를 하루 종일 하고 밤이 되었을 때 반가운 일이 벌어졌다. 말들이 새로 날라 온 먹이를 먹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지휘를 따라 습포를 갈아대는 일을 밤새도록 계속했다.

 

이튿날 오후에 전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가 등불을 들고 마구간으로 들어가 말들의 눈을 살핀 후에 고참 들을 불러들여 말의 눈 부위를 닦도록 시켰다. 그리고 둘러친 차단막 한 귀퉁이를 떼어낸 다음 안으로 햇빛이 들어가도록 기다렸다.

 

잠시 후 안으로 들어가 한 필을 끌고 나왔다. 말은 바깥으로 나서는 순간 잠시 멈칫하는 것 같았으나 순순히 걸어 나왔다. 고참 들이 무슨 신기한 장면이라도 목격하는 양 감탄하며 지켜봤다.

 

한 필씩 천천히 밖으로 데려다가 햇빛을 보게 한 후에 차단막을 전부 뜯어내게 했다. 마구간에서는 아무런 동요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방 장이 그에게 다가와 손을 잡고 마방 식구 전부를 살렸다며 치사했다. 이튿날 전 대원이 모인 자리에서 그가 말의 발병 원인과 치료방법을 설명했다. 말들이 앓은 병은 각막궤양이었다.

 

그 사건으로 그는 전 영내에 신통한 말 박사라고 소문이 퍼져나갔다.

 

그 한 달쯤 후에 그는 방()지휘부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새 소임은 방령의 직속 전령이었다. 도성이나 다른 오방(五方)을 오가며 기밀문서나 방령의 봉서와 전언을 수납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도 위험했다.

 

전령 특히 왕도를 오가는 전령은 우선 말 타기에 능수여야 하고 상당한 무예를 갖춰야 소임을 다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공사 간에 기밀사항을 취급하며 왕도의 고관들을 상대하므로 웬만큼 학식과 인품을 갖춰야함은 물론 신임할 수 있어야 했다.

 

그가 마방에서 방령의 전령이 된 것은 이를테면 파격적인 승진을 한 셈이었다. 누구도 방령 광무군이 그를 박옥으로 알고 명기를 만들기 위해 시험하고 시련을 안기는 줄을 짐작하지 못했다.

 

어쨌거나 그는 고향을 떠난 지 실로 이태 만에 비로소 소원하던 왕도를 자유롭게 오가게 된 것이라 그 전속이 남다른 감회를 불러일으켰다.

 

전속 첫날 새 근무지에 도착하자마자 방령에게 현신하는 자리에서 성광이 처음으로 광무군을 만났다. 그는 아우인 강선고와는 딴판으로 무장다운 풍모에 눈매가 부리부리하고 목소리가 우렁차 첫눈에 위엄이 돋보였다.

 

그대가 요지부동인 말들을 치료해 움직이게 한 말 지기인가?”

. 소인 마방에 근무하던 성광이라 합니다.”

 

네가 내 아버님이신 달솔께서 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해 마방에서 근무하게 되었는지 그 까닭을 아느냐?”

소인이 어리석으나 웃전의 사량(思量)을 감히 헤아려 보았는데 방령께서 소인에게 목숨을 맡길만한가를 시험하고자 하심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보시오 군사, 저 놈이 제법 쓸 만한 안목을 가지고 있지 않소. 이번에야말로 괜찮은 전령을 얻었나보오. 안 그렇소?”

소인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잘 가르치면 좋은 재목이 될 것 같습니다.”

군사가 저 아이를 잘 가르쳐 명기를 만들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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