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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칼럼> 이춘명 ‘점포 임대’
“서로 다 같이 잘 살기를 바란다”
기사입력  2021/04/06 [13:04] 최종편집    이춘명 칼럼니스트

또 한 가게가 비어 있다.

 

▲ 이춘명 칼럼니스트 

권리금 없음. 또 한 가게가 비어 있다. 닫혀 있는 몇 개월이 지나고 짐을 다 뺐다. 인테리어가 원상태로 돌아간 후 허연 종이에 크게 써서 붙여 있다. 아주 익숙한 광고 문구이다.

 

외출하지 못한 2년 동안 수시로 보아온 모습이다. 개업하는 상점의 요란한 선전과 홍보지가 귀와 눈에 남아있는 동안 서서히 부푼 기대는 조금씩 낮아지고 작아졌다. 오지 않는 걸음과 쌓이는 재고 물품이 쓰레기봉투 속에서 보일 때 마다 정답을 보여 주었다. 한 집 건너 미용실 이었고 커피 전문점이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한 집 건너 빈 점포다.

 

벌거숭이 된 사람과 희망이 떠났다. 8차선 큰길가 건널목 앞에 상점이 없어졌다. 대규모 고층 아파트 정문 앞이었다. 주거지 입구로 수시로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이었다.

 

손바닥만 한 곳에쉴 방이나 화장실이 없는 작은 곳이었다. 역세권이라고 했다. 기사 식당 거리에 있다. 신 거주지로 탈바꿈을 하는 동네다. 지하철역이 생기고 공원이 있어 누구든 침 바르는 곳이다. 그런 곳이 꾸준히 성업하지 못하고 또 주인을 기다린다. 몇 번째이다.

 

이곳은 사방 천지가 아파트 공사 중이다. 이미 이주한 사람들은 맛집을 찾고 병원을 찾고 은행 지점을 찾고 있다. 3곳의 초등학교로 흩어지는 아침이면 번화가이다.

 

한 집에 평균 4가족과 청년 거주지 활성화와 구립 단체나 기관 시설 건물이 계속 신축 중이다. 그 가운에 요지에 하루에도 몇 차례 오고 가는 길목에 있는 상점이었다. 비어있다. 기다리는 뻥 뚫린 공간이다.

 

장사의 기본은 신선함이다.

 

선뜻 누군가가 다시 꾸미거나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닫혀 있는 흉물로 멈추어 있다. 장사의 기본은 신선함이다. 과일 상점이었다. 냉장 보관이 아니면 그날 새벽 도매 시장에서 가져와 당일 판매 하는 싱그러움을 주민들을 원한다.

 

저렴해야 한다. 싸다면 버스를 타고 가더라도 배달을 하지 않고 비닐 봉투를 제공하지 않아도 사러가는 주부들이다. 후기를 읽고 댓글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정보를 더듬어 가는 엄마들이다. 한번 입소문으로 대박이 나고 쪽박이 나게만드는 위력이 있는 돈줄이다. 100원의 차이도 예민한 똑똑한 소비자들이다.

 

친절이 기본이다. 먼저 하던 사람은 나이 많은 아저씨였다. 매일 뚱한 얼굴에 툭툭 내뱉는 말이 불량스러웠다. 고르지 말고 누르지 말고 뒤집지 말라고 잔소리가 많았다. 비싸면 다른 곳에 가서 사라며 더는 싸게 못 판다고 거저 달라고 하는 거냐고 불평이 많았다. 지나가면서 들은 말도 기분 나쁜 말이 종종 있었다.

 

누군가 흥정하다 그냥 갔는지 없는 사람의 흉을 보는 일이 잦았다. 흘끗 쳐다볼 뿐 사고 싶은 생각이 점점 없어졌다. 어쩌다 가끔 드물게 사야할 때 그런점을 염두에 두고 손해를 본 듯이 꺼림칙한 마음으로 억지로 눈으로 훑어보다가 한 가지만 샀던적이 한두 번 있었다. 그곳은 현금 거래만 했다. 잔돈이 없다고 궁시렁 댔다.

 

불편을 겪으니 인내하며 눈치를 보며 꼭 사야할 때만 살 수 밖에 없을 때만 갔다. 그래도 아는체를 하거나 한 번도 고개 숙여 먼저 인사한 적이 없다. 웃는 낯을 보기 드물었다. 뻣뻣한 아저씨였다. 계약 만료 2년 동안 잘 버티려나 했다. 하루 이틀 같은 상품이 점점 시들어 썩어도땡 처리도 없이 덤도 없이 지나다니는 도로에 점점 앞으로 내놓고 통행 방해도 했다.

 

과일 가게가 오후에나 문을 열었다. 남들보다 먼저 문을 닫았다. 닫힌 곳에 팔다 남은 상품이 대충 쌓여 있는 것을 틈새로 보았다. 다음날 그것들이 다시 좌판대 위에 처음 가격으로 나와 있었다. 그렇게 1년을 넘겼다. 그러다가 문이 닫혔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났다.

 

▲ 누군가 신선하고 싸고 친절한 상점을 개업하여 오래도록 단골이 될 수 있게 해 주길 바란다.     

 

점포임대! 누군가 목돈을 부르고 있다.

 

아마 만기일 까지 까먹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 이사 오기 전의 모습으로 가게가 말끔하게 변했다. 주인이 써서 붙여 놓은 듯 했다. ‘점 포 임 대의 큰 글씨는 또 누군가의 퇴직금과 연금과 목돈을 간절히 부르고 있다.

 

걸어놓은 돈이 바닥이 날 때 까지 문이 열리다가 또 새 주인이 오고 다시 가는 반복을 할 곳이다. 월세가 고정 수입이 되고 생활 수단이 되는 건물주와 그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세입자의 거래는 주민이 보는 익숙한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게 한다.

 

홀라당 껍데기를 벗는 게임이다. 누군가가 오면 반갑지만 먼저 불안하고 염려스러운 마음이 먼저 앞선다. 살펴보는 구매자로 착한 임대인과 성공하는 세입자의 미래를 기대할 뿐이다. 빈부의 격차가 심한 동네였다.

 

단독 주택가의 부유촌과 그 부류의 일을 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출퇴근 하려는 산동네였다. 부유층은 동네 유지로 본토민이 되었다. 외지에서 값싼 방을 찾아 올라와 사는 사람들은 다닥다닥 딱지 집에 살고 있다. 공장이나 하청 업체가 들어와 밀집되는개미 족들은 정착하는 동안 계속 치솟는 환경에 대한 지불을 하면서 공존하고 있다.

 

지금은 타지인이 더 많다. 개선되는 시설에 살고 싶어 하는 좋은 곳 중에 하나가 될 정도로 변했다. 도심 외곽이 아닌 여러 군데로 뻗어 빠져 나가는 방향의 요지가 되고 교차로가 되었다. 지하철역 개통을 손가락 짚으며 주택가나 상점의 가격은 마음대로 치솟고 전진하고 있다.

 

더 작은 집, 더 높은 곳, 더 불편한 방으로 옮겨 다니는 학교 중심으로 모여든 사람과 직장을 다니거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로 인구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삿짐 트럭이 자주 오는 곳이다.

 

돈 많이 벌면 다시 올게 하며 떠나는 사람도 있고 돈 많이 벌어서 당첨 됐어 하며 떠나는사람들도 있다. 주말이면 살던 짐들이 사다리차로 올라가고 내려오는 소리가 으레 들린다. 수리하는 소리, 가전제품이 도착하는 소리가 일상이 된 동네에 상점들도 생기고 또 없어진다.

 

열렸다 닫혔다 하는 큰길가는 흥망성쇠를 변화가 아주 짧다. 그 자리 그 품목 그 주인의 얼굴을정 들이는 일이 역사가 되는 변화의 모습이다. 떠나지 않아도 되거나 떠날 곳이 없거나 떠날 수가 없는 점포들만 남아있다. 확장되기도 하고 축소되기도 하고 좁혀지기도 한다.

 

이빨 빠진 모습에 또 누가 울까 또 누가 웃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된다, 누군가의 아껴 두었던 쌈짓돈의 냄새를 재촉하는 광고 문구에 슬픈 그림자는 아직도 남아 있다.

 

4월의 봄이 왔다. 봄꽃이 떨어지면서 새잎이 나는 봄을 저절로 왔다. 무르익을 5월의 싱그러움과 발랄함을 기다린다. 더 좋은 계절에 빈 점포에도 꽃이 피길 바란다. 누군가의 봄바람이 새 단장하길 바란다. 그리고 부디 잘 견뎌주길 바란다. 서로 다 같이 잘 살기를 바란다.

 

바람은 이제 일상에서의 욕구가 된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내는 것의 삶의 일기다. 빈 점포에 개인적인 바람은 야채 채소 가게가 빨리 들어왔으면 한다. 마트가 없고 재래시장도 점점 시들어가는 동네이다. 그날 밥상을 채워줄 푸릇푸릇한 먹거리 장소가 없다.

 

누군가 신선하고 싸고 친절한 상점을 개업하여 오래도록 단골이 될 수 있게 해 주길 바란다. 이익에 웃고 이웃에 웃고 동네에 웃고 흥정에 웃고 북적대는 사고파는 소리가 들리게 해주길 바란다. 개점 시간을 기다리는 아줌마가 되고 싶다. 꼭 그 점포에 가는 첫 손님이 되고 싶다.

 

 


원본 기사 보기: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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