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 >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광고
<연재소설> ‘작가 朴又木’ 혈맥(血脈) ‘인연’(16회)
기사입력  2021/04/20 [13:46] 최종편집    작가 朴又木

인연

 

 

▲     © 운영자

이튿날 새벽 묘시(卯時, 새벽 5시서 7시 사이) 초고왕이 이끄는 백제군이 구양성을 향해 떠났다. 지난해 모산성母山城(전북 운봉) 전투에서의 패전을 설욕하려는 왕의 친정이라 군사들의 각오가 비장했고 사기가 드높았다.

 

정오 무렵에 구양성에서 두어 마장 상거한 산자락 들판에 백제군이 진영을 차렸다. 그리고 선봉장 고이의 명을 받고 성광이 날랜 병사 셋을 데리고 척후에 나섰다.

 

그들은 구양성을 에돌아 측면에 있는 산을 올라갔다. 거기서 성을 조망하기 좋은 곳을 골라 한 식경 가까이 성의 동정을 살폈다. 그의 눈에 특이한 점이 발견되었다.

 

성의 측면은 계곡을 끼고 뒤로 돌며 마치 해자 같은 공간을 사이에 둔 깎아지른 절벽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었는데 그 지리(地利)가 뛰어났다.

 

그런데 무슨 용무에선지 망루에서 운제(雲梯, 성 공격용 사다리)처럼 생긴 나무 널빤지를 내려 절벽 어딘가에 걸쳐 놓고는 군사들이 산을 들락거리는 것이었다. 성벽과 절벽 사이가 너무 좁아 공성(攻城)하기는 불가능해 보였으나 만약 절벽을 낀 산을 올라가 점거만 할 수 있다면 성을 화공으로 혼란에 빠트릴 수가 있으리라는 판단을 했다.

 

그가 돌아와 척후한 내용을 고이 선봉장에게 소상하게 보고했다. 말미에 특공대를 성 뒤쪽 절벽을 낀 산으로 잠입시켜 화공을 가하면 최소한 적의 배후를 교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진언했다.

 

그러나 고이 선봉장은 이번 전쟁은 승리를 자신하므로 정면대결로 승부를 가릴 것이라면서 그가 건의한 책략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삼 일째 사시(巳時, 오전 9시서 11시 사이) 초입에 공성(攻城)이 시작됐다. 궁수부대가 활 공격을 퍼붓고 운제부대가 방패로 적 화살을 가린 채 성벽 밑으로 달려가 사다리를 걸치자 뒤따르던 보병들이 우르르 몰려가 개미떼처럼 사다리를 기어 올라갔다.

 

그러나 신라군은 화살을 퍼붓고 투석으로 성벽 월장을 막았다. 그렇게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반나절을 보내고 오시가 지나 공격을 멈췄다. 서전은 탐색전인 법, 고이가 오후 공격을 준비하기 위해 군사를 지휘부까지 물린 다음 점심 요기를 시키고 잠시 쉬게 했다.

 

그리고 미시(未時, 오후 1시서 3시 사이) 초입에 공격을 재개했다. 오전과 달리 성벽을 향한 화살 공격의 엄호 아래 성문 파쇄에 집중했다. 역시 일진일퇴를 거듭할 뿐 좀처럼 성문이 뚫리지 않았다.

 

전투의 이치가 지구전이 되면 멀리서 온 쪽이 불리해지는 건 자명한 것, 그날 하루 동안의 전투에서 백제군은 적잖이 지쳤다. 누적된 행군의 피로에 전투의 피로까지 겹친 것은 위태로운 불리였다.

 

전투 제2일째, 아침부터 시작된 치열한 공방이 점심도 거른 채 미시에 이르러 백제군이 밀리는 게 완연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초조해지기 시작한 선봉장은 군사를 물려 잠시 쉬게 한 다음 전열을 재정비해 공격하자는 비장들의 건의를 물리치고 군사를 더욱 독려하라 명령했다.

 

어언 서녘 산자락에 산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갑자기 초고왕이 관전을 하고 있는 본진의 측면으로부터 지축을 흔드는 함성이 들려오면서 수십 기병들과 수백 보병들이 무서운 속도로 쳐들어왔다.

 

왕의 깃발을 휘날리는 신라군이었다. 신라왕이 친히 군대를 이끌고 온 것이다. 백제군 본진은 여지없이 혼란에 빠졌다. 본진 수위군사들이 결사적으로 막는 사이 전령이 선봉장에게 달려가고 시위들이 왕을 호위해 군영으로 후퇴로를 뚫었다.

 

그러나 선봉장이 본진이 위급함을 알고 군사를 물리려고 하는 순간에 성문이 열리며 신라군이 쏟아져 나와 백제군을 협공했다. 고이가 꼼짝없이 진퇴양난에 빠진 것을 깨닫고 부장(副將)에게 군사를 떼어 왕을 추격하는 신라군의 배후를 치라고 명령했다.

 

백제군이 거의 빠져나가고 고이 선봉장은 불과 수십 명의 보군만을 데리고 적군의 예봉을 저지하려고 사력을 다했다. 전세는 곧 판가름이 났다. 남은 백제군은 전원이 죽었거나 포로가 되었는데 선봉장 고이마저 부상을 입고 잡혔다.

 

한편 신라군 진영으로 퇴각하던 초고왕은 아군이 추격 신라군의 배후를 공격하는 것을 알고 돌아서 반격했다. 백제군은 상황이 절박한지라 결사적이었다. 구석에 몰린 쥐가 돌아서 고양이를 무는 형국으로 신라군은 그 협공이 너무나도 맹렬해서 할 수 없이 군사를 물려 성안으로 퇴각했다.

 

백제군의 피해가 이외로 컸다. 더구나 선봉장이 적에게 포로가 되었다는 사실이 큰 충격이었다. 군사들의 사기가 왕의 위신과 함께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패전의 수치를 무릅쓰고라도 군사를 물려 돌아가고 싶어도 왕제이자 선봉장인 고이를 적군의 수중에 버린 채 퇴각할 수는 없으므로 왕이야말로 진퇴양난의 처지가 되었다.

 

아무리 구수회의를 거듭해도 묘책이 나오지 않았다. 어느 막료는 끝까지 싸워 이겨 선봉장을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어느 막료는 신라왕에게 사죄하고 배상해서 선봉장을 구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느 한 방법도 성공할 가능성이나 왕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구러 술시(戌時, 오후 7시서 9시 사이)가 되었을 때였다. 성광이 탑전으로 나가 왕에게 배알을 청했다. “무슨 할 말이 있느냐?” “소신 감히 어라하께 한 가지 소청이 있나이다.”

 

소청이라? 뭔가 말해보라.” “소신이 오늘서야 미충으로나마 성은에 보답할 길을 찾았나이다. 소신으로 하여금 고이 장군을 구하러 가게 윤허하여 주소서.”

 

지금 고이를 구하러 간다 했는가? 소상히 아뢰어라.” “소신이 무예가 뛰어난 군사 몇을 데리고 성안으로 잠입해 고이 장군께서 탈출하시도록 하려고 하겠나이다.”

 

수백 군사들의 공성도 실패했는데 대체 무슨 수로 군사 몇이서 성에 잠입할 것이며 더구나 적진에서 포로 된 몸을 구해낸단 말인가?”

 

소신이 어제 고이 장군의 명으로 척후를 나간 길에 성을 살펴보았사온데 요행으로 성안으로 잠입할 수 있는 데를 알았나이다. 소신이 장군께서 갇혀 계실 뇌옥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오며 심야에 경비병 몇을 은밀하게 처치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사옵니다.”

 

그 충정은 가상하나 네가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나설 수 없는 일인 줄을 아느냐?” “소신은 백제와 어라하를 위해 이 한 목숨 언제라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사온데 어찌 죽음을 두려워하겠나이까? 성려치 마옵소서.”

 

, 짐이 오늘 갸륵하고 아름다운 충신을 보는구나! 가서 고이를 구해 오도록 하라! 짐이 너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도록 반드시 살아 돌아오라!” “성지를 받들어 기필코 완수하겠나이다.”

 

탑전에서 물러나온 성광이 시위장에게 부탁해 동행할 네 명의 시위를 뽑은 다음 전원이 신라 군복으로 위장을 하고 신라 군졸처럼 창을 들렸다. 다섯 명의 구출결사대는 귀신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한 시진쯤 지나 결사대가 전날 성광이 봐 두었던 성 망루 맞은편 벼랑 위에 도착했다. 밤이 이슥하여 성내에는 동초(動哨)들이 오가는 횃불 불빛만이 허공을 가르며 명멸할 뿐 침잠된 어둑발만 짙게 깔려있었다.

 

그가 밧줄 끝에다 공성할 때 사용하는 쇠갈고리를 매달고는 한 사람에게 망루 얼개를 향해 던져 걸게 했다. 그 사이 그는 화살을 메겨 망루를 향해 겨누었다.

 

쇠갈고리가 걸리는 소리에 초병이 얼굴을 내밀어 성벽 밖을 살폈다. 그 순간 그의 시위에서 화살이 떠났고 초병은 소리 없이 폭 고꾸라졌다. 서둘러 밧줄을 팽팽하게 나무에다 감아 맨 다음 그를 필두로 넷이 차례로 밧줄을 타고 성벽 위로 건너갔다.

 

그가 예측했던 대로 이내 뇌옥을 찾아냈다. 그런데 경비가 의외로 삼엄했다. 지키고 있는 병졸만도 여섯이나 되었다. 일대 일로 처치해도 한 명이 더 많아 위급을 소리칠 수 있는 판이었다.

 

그가 세 명을 숨겨 놓은 채 한 명과 조를 이뤄 마치 순번을 도는 병사처럼 뇌옥으로 접근해서는 두 경비병에게 뭐라 귓속말을 건넸다. 데리고 간 부하를 대신 세우고 그가 두 경비병을 뇌옥 뒤란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급소를 쳐서 기절시킨 다음 으슥한 데다 숨기고는 뇌옥으로 돌아왔다.

 

숨어있는 부하들을 불러 다섯이서 네 명의 경비병들을 제압한 다음 안으로 틈입했다. 희미한 불빛을 헤쳐 뇌옥 안을 살폈다. 고이 장군이 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단검을 뽑아 잠금쇠를 파내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고이에게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단검으로 묶은 포승을 끊어 풀었다. “장군님. 소신 성광이옵니다.” “아니, 네가 어떻게 여기에?”

 

아무 말씀 마시고 어서 이 사람들을 따라 성을 빠져나가십시오. 서둘러야 합니다.” “알았다. 가자.” “어서 가십시오. 곧 뒤따라가겠습니다.”

 

그들이 뇌옥을 빠져나가자 그가 감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구석자리에 가 얼굴을 묻고 쭈그리고 앉았다. 고이가 백제군의 마중을 받을 안전지대에 도착할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벌자는 속임수였다.

 

광고
ⓒ 모닝선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밴드 밴드 구글+ 구글+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서울>
* 강남구 * 강동구 * 강북구
* 강서구 * 관악구 * 광진구
* 구로구 * 금천구 * 노원구
* 도봉구 * 동대문구 * 동작구
* 마포구 * 서대문구 * 서초구
* 동구 * 성북구 * 송파구
* 양천구 * 영등포구 * 용산구
* 은평구 * 종로구 * 중구
* 중랑구
<수도권>
* 고양시 * 광명시 * 광주시
* 구리시 * 군포시 * 김포시
* 남양주시 * 동두천시 * 부천시
* 성남시 * 수원시 * 시흥시
* 안산시 * 안성시 * 안양시
* 양주시 * 오산시 * 용인시
* 의왕시 * 의정부시 * 이천시
* 파주시 * 평택시 * 포천시
* 하남시 * 화성시
 
 
 
 
* 경기 * 강원 * 경남
* 경북 * 충남 * 충북
* 전북 * 전남 * 제주
 
 
광고
광고
* 청와대 * 감사원
* 국가정보원 * 방송통신위
* 국무총리실 * 법제처
* 국가보훈처 * 공정거래위원회
* 금융위원회 * 국민권익위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기획재정부
* 국세청 * 관세청
* 조달청 * 통계청
* 교육부 * 외교부
* 통일부 * 법무부
* 대검찰청 * 국방부
* 병무청 * 방위사업청
* 행정안전부 * 경찰청
* 해양경찰청 * 문화체육관광부
* 문화재청 * 농림축산식품부
* 농촌진흥청 * 산림청
* 산업통상자원부 * 중소벤처기업부
* 특허청 * 보건복지부
* 환경부 * 기상청
* 고용노동부 * 여성가족부
* 국토교통부 * 철도청
* 해양수산부 * 소방청
* 국가보훈처 * 대통령경호처
* 식품의약품안전처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
많이 본 뉴스
* 미래통합당 * 더불어민주당
* 국민의당 * 정의당
<방송사>
* KBS * MBC * SBS
* CBS * EBS * 경인
<신문사>
* 조선 * 동아 * 중앙
* 한국 * 국민 * 경향
* 서울 * 문화 * 내일
* 한겨례 * 매경 * 한경
<방송>
* 자유북한방송 * 자유조선방송
* 자유아시아방송 * 열린북한방송
* 북한개혁방송 * 통일방송
* 동포사랑
* 전국경제인연합회 * 대한상공회의소
* 한국무역협회 * 중소기업중앙회
* 한국경영자총협회 * 전국은행연합회
* 중소기업진흥공단 * 중소기업청
* 신용보증기금 * 기술보증기금
* 중소기업 정책자금 * 한국 엔젤투자협회
* 한상네트워크 * 코트라 홍콩무역관
* 홍콩한인 상공회 * 중국 한국상회
* 한중협회 * 한중민간경제포럼
* 중국 거시정보망 * 차이나코리아
<포탈>
* 바이두 * 소후닷컴
* 왕이닷컴 * 시나닷컴
* 텅쉰왕 * 텐센트
* 위챗
<전자상거래>
* 알리바바 * 한국관
* 텐마오 * 한국관
* 타오바오 * 알리페이
* 알리익스프레스 * 쑤닝이거우
* 웨이핀후이 * 징둥상청
* 뱅굿 * 미니인더박스
* 올바이 * 1688 닷컴
<언론>
* 인민일보 * 신화통신
* 환구시보 * 중앙TV
<은행>
* 공상은행 * 건설은행
* 농업은행 * 중국은행
* 초상은행
 
 
* 경실련 * 참여연대
* 한국소비자원 * 한국소비자연맹
* 소비자시민모임 * 소비자상담센터
* 소비자피해신고 * 녹색소비자연대
*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 주부클럽연합회 소비자고발센터
 
 
 
 
* 가톨릭대 * 건국대 * 경기대
* 경희대 * 고려대 * 광운대
* 국민대 * 동국대 * 명지대
* 삼육대 * 상명대 * 서강대
* 서경대 * 서울대 * 성균관대
* 세종대 * 숭실대 * 연세대
* 외국어대 * 중앙대 * 한성대
* 한양대 * 홍익대
* 서울교육대 * 서울산업대
* 서울시립대 * 한국체육대
* 방송통신대
 
 
 
 
<은행>
* 한국은행 * 국민은행 * 우리은행
* 신한은행 * 하나은행 * 외환은행
* 기업은행 * 씨티은행 * 제일은행
* *HSBC * 경남은행 * 대구은행
* 광주은행 * 부산은행 * 전북은행
* 제주은행 * 농협 * 수협
* 신협 * 새마을 * 우체국
* 산업은행
<카드사>
* 비씨카드 * 삼성카드 * 현대카드
* 롯데카드 * 국민카드 * 우리카드
* 신한카드 * 농협 * 씨티카드
 
 
 
 
* 서울대병원 * 연세대세브란스
* 고려대의료원 * 삼성서울병원
* 삼성의료원 * 경희의료원
* 한양대병원 * 인제대백병원
* 가톨릭중앙의료원 * 이화여자대의료원
* 하나로의료재단 * 서울적십자병원
* 원자력병원 * 한국산재의료원
* 차병원
 
 
 
 
* 로엔 * SM * YG
* JYP * B2M * CCM
* YMC * DSP * GYM
* 큐브 * 스타십 * 빅히트
* 울림 * 티에스 * 티오피
* 젤리피쉬 * 스타제국 * 플레디스
* 엠에스팀 * 페이스엔 * 벨액터스
* 쟈니스 * IOK * 쇼브라더스
 
 
 
 
* CJE&M * 인디스토리
* 쇼박스 * 데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