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유종, ‘와룡 매화’ 못다 한 이야기
보랏빛소 그림동화 시리즈 41번째 책 《매화꽃 편지》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의 고유종, ‘와룡 매화’의 못다 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창덕궁 선정전에는 아름다운 매화나무가 궁궐을 지키고 있었어요. 임진왜란 당시 궁궐에 쳐들어온 일본 장수는 매화나무를 일본으로 뽑아갔지요. 궁으로 들어온 일본 장수의 발걸음이 꽃향기에 우뚝 멈췄어요.
“조선에만 있다는 와룡 매화구나! 이 나무를 모두 뽑아라!” 용이 누운 듯 아름다워 ‘와룡 매화’라 불린 나무는 바다 건너 일본의 한 절에 심긴 채 낯선 땅에 뿌리내려야만 했어요.
일본의 절에 심긴 매화나무는 낯선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섬나라의 매서운 태풍을 온몸으로 막으며 봄·여름·가을·겨울, 무수한 시간을 이겨 냈어요. 용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굳건하게 뿌리를 내렸지만 여전히 매화나무는 바람에 꽃잎을 날립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또다시 봄… 와룡 매화는 어느새 이리 휘고 저리 휘었지요.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와룡 매화의 어린 가지가 드디어 고국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어린 가지를 떠나보내는 와룡 매화에게는 어떤 못다 한 이야기가 남아 있을까요?
● 어린 후계목을 고국으로 보내다!
400년의 세월을 외롭게 이겨낸 매화나무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어요. 새로 온 주지 스님이 매화나무의 후계목을 고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한 것이지요. 다행스럽게도 주지 스님은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는 일본 사람들 중 한 명이었거든요.
그렇게 후계목은 1999년 안중근 의사 순국 89년 주기에 맞춰 남산 안중근 기념관에 심겼어요. 이 그림책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입니다.
봄이 되면 일본의 와룡 매화는 꽃잎을 바람에 날려 보내고, 남산에서는 고국으로 돌아온 어린 매화나무가 꽃잎을 바람에 실어 보내지요. 바람에 날아 하늘에서라도 서로 만나길 바라는 것처럼요. 서로 안부라도 전하는 것처럼요.
일본으로 뽑혀간 와룡 매화의 후계목은 1999년 돌아왔지만, 아직도 일본에서 돌아오지 못한 문화재와 해결되지 않은 아픈 역사적 이야기들이 많아요. 당시 끌려가 돌아오지 못한 도예가와 같은 전통 기술자들에 대한 사연은 매화나무 이야기와 다르지 않지요.
《매화꽃 편지》는 단지 슬픈 매화나무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아픈 역사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아픈 과거를 아이들과 나누며 기억하고,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기 위해 만든 그림책입니다. 매화꽃이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니까요.
아름다운 꽃잎을 바람에 실어 보내는 와룡 매화의 편지를 받아 보세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아픈 역사를 돌아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생각하도록 하는 그림책입니다.
글 문영숙
2004년 제2회 푸른문학상을 수상하고, 2005년 제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독립운동가 최재형기념사업회 이사장과 안중근 홍보대사를 맡고 있으며, 코리안 디아스포라 작가로 인문학 강연 등을 하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잊지 말아야 할 우리 민족의 역사를 어린 독자들에게 알리는 글을 쓰고 있어요.
그동안 쓴 책으로 《독립운동가의 어머니, 조마리아》, 《종이 신발》, 《개성 빵》, 《검은 바다》, 《궁녀 학이》, 《꽁꽁 가둬 둔 이야기 귀신》, 《잊혀진 독립운동가의 대부 최재형》 등이 있으며, 청소년 문학으로 《에네껜 아이들》, 《그래도 나는 피었습니다》 등이 있습니다.
《그래도 나는 피었습니다》는 영어 《Trampled Blossoms》로 번역되기도 했어요. 동화, 시, 수필, 청소년 소설 등 해마다 다양한 글로 친구들을 만나고 있어요.
그림 신진호
대학과 대학원에서 조형 예술을 공부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합니다. 일상의 소중함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담은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에세이 《모든 영감의 순간》을 출간했고, 그림을 그린 책으로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 2, 3》, 《밤의 끝을 알리는》, 《우리는 벚꽃이야》, 《여름맛》, 《퓨마의 오랜 밤》, 《그냥 베티》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