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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처럼 내리는 은빛가루 달볕"
기사입력  2024/08/13 [21:22] 최종편집    림삼 시인

 

밤하늘은 깊고 푸르렀다

 

ppixabay.com



그 시절

밤하늘은 깊고 푸르렀다

밤하늘이 바다인 척 길 숨기면

깊고 푸른 밤바다 한가운데

스윽 핥고 지나가는 농염한 달여울,

칠흑의 그림자 바닥에 깔고 선

적송 몇그루

넓고 긴 자락 거느리고 서있었다

그러고보니 하마 꽉 찬 달

두둥실 떠올라

은빛가루도 뿌렸었다

함박눈처럼 내리는 달볕,

줄지어 늘어선 버즘나무 넓은 잎사귀

하염없이 쌓이는 달무리 받아

짙은 녹색 실루엣

더욱 도드라지고

푸른 어둠 한결 아득하게 잠겼었다

벼베기 끝낸 논마다

둥근 달 하나씩 들어차고,

들판 사이 하얗게 빛나는 논두렁길까지

솔숲 휘어져 감돌아 뻗었었다

쌍갈래 골짜기 어간

두두룩한 솔버덩 비껴선

가난한 농투성이들 소망으로

길섶에는 개망초 서너포기

달그림자 속에서 흐느적거리고

귀촉도 붉은 울음 토해내는

산쪽 저 너머,

요요한 채 귀기스러운 추억

느리게 달리자

삽시간에 고기비늘 달빛

해묵은 먼지되어 풀썩풀썩 일어나서는

군불 지피던

노구솥 아궁이 들어올리며

허공으로 우수수 흩어져갔다

아슴푸레한 기억만

화톳불에 희나리로 피워놓고는....

詩作 note

밤하늘이 밤하늘 다우려면 우선은 어두워야 한다. 온 누리가 칠흙 빛깔의 암흑에 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그렇게 아주 아주 깜깜해야 제 격이다. 그렇지 않고 달이 밝은 밤이라면, 별빛 무수히 반짝이는 밤이라면, 주객이 전도되어 밤하늘의 주인공이 바뀌게 된다. 밤도, 하늘도 그냥 달과 별을 빛나게 해주는 조연 역할에 머무르고 만다. 그렇게 의미를 잃어버린 밤하늘이 무슨 매력이 있어 멋드러진 묘미를 지녔다 할 수 있을까?

 

밤하늘은 그런데 사실은 달도 별도 없이 스스로 존재하는 의미는 본래 가지고 있지 않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밤바람조차도 단지 어둡기만 한 밤하늘 사이로 맥없이 불고 싶어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밤을 틈타 하늘을 수놓는 밤구름까지도 달빛 은근해야, 별빛 영롱해야, 그 자취를 새길 마음이 동하는 듯 하고, 다녀가는 밤바람 또한 그렇게 난 길 따라 길 나서야 살랑이는 맛이 나는가 보다. 밤하늘이 더욱 깊고 푸르르려면 그 밤하늘을 장식하는 어떤 것들 저마다의 의미가 고루 자리해야 그 격이 산다.

 

한 마디로 조화와 균형인 것이다. 어디 한 군데도 모 나지 않고, 적절한 배려와 합리적인 진실이 겸비되어 있는, 세상사의 원리와 상통하는 밤하늘의 엄숙한 정경을 올려다보면서 필자는 어려서부터 호연지기를 꿈꾸었었다. 비록 대체적으로 원하는 삶의 모습을 살아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언제나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밤하늘의 진리를 외면한 채 추락하는 삶으로 살아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평생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경제적인 목적 달성으로 성공의 명분을 앞세우고, 살아낸 삶의 질의 척도로 삼는 세상의 인심에 시달리면서도 세속의 통념에 그냥 물들지 않기 위해서, 명예와 권력을 탐구하는 일률적인 목표 설정도 마다하면서, 그렇게 이제껏 살다보니 정작 이룬 건 없더라도, 내심 무언가를 추구하는 의욕과 단계의 조화가 조금은 있었던 듯 여겨져, 내심 든든한 자부심으로 나이를 먹어갈 수 있어 다행스럽다.

 

지난 주말을 기해서 한동안 온 나라를 열광과 환희에 젖게 만들었던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사상 최대의 폭염과 길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장마의 틈바구니에서 너무나도 고생스러운 열대야를 지샜던 우리 국민들이었지만. 그래도 파리에서 날아온 승리의 낭보가 있었기에 많은 위로와 자부심이 샘솟는 기간이었다. 자랑스럽고 대단한 우리의 젊은이들이 세계 만방에 그 이름을 드높인 이번 올림픽은 그 의미가 정말 크고도 칭찬 받을만 한 쾌거의 연속이었다.

 

작지만 큰 나라 우리 대한민국은 이제 스포츠 강국으로서도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 명성이 각인되었으리라 믿는다. 애초에는 당국의 기대치로 금메달 5개 획득에 종합 순위 15위 정도가 목표였다고 한다. 출전하는 선수단 규모도 근래의 올림픽 대회 중에서는 가장 적은 인원으로 꾸렸고, 여러 가지 국내외의 여건이나 요인을 분석해본 결과 적절한 예상이라 여기며 설정한 목표치였겠지만, 그 예상을 배 이상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고 금의환향한 우리 선수들의 위용이 퍽이나 자랑스럽고, 가슴 벅찬 감동으로 다가오는 건 모든 국민들이 느끼는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면서도 한 켠으로는 실질적으로 일선에서 모든 일정을 지휘하고 진행했던 관계 당국의 코미디같은 단면을 보면서 조금은 씁쓸해지기도 한다. 지레 겁을 먹고 줄이고 줄여서 세운 목표치, 혹시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였을까? 행여 다른 여러 가지로 복잡하게 엉킨 정국이나 대립에 마땅찮은 결과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그 여파를 미치지는 않을까 우려해서였을까? 스포츠과학 분야에서 세계 으뜸의 수준이라 자부하는 전문가들의 분석과 예상이 이렇게 어처구니 없도록 어긋나도 괜찮은 건가?

 

선수들의 분투와 노력으로 맺은 결실을 그냥 단순히 감격스럽게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현대 사회는 모든 문명과 과학이 인공지능의 발전과 맞물려 급격히 수준이 상승되어졌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전 세계의 선수들에 관한 모든 데이터와 성향, 그리고 최근의 경기력 등도 면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우리 선수들 뿐만 아니라 상대국의 선수들에 대한 통계 자료가 다 입력되어 있기 때문에, 비교적 객관적이고 타당한 경기 결과 예측이 가능한 정황이었을 거라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다소간의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이번처럼 완전하게 예측이 빗나간 경우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일종의 해프닝이고 웃음거리라 여겨진다. 만일 반대의 경우가 벌어졌다면 어떤 아찔한 결과가 빚어졌을까? 처음 예상을 금메달 10여개에 종합 순위 10위 이내로 발표했는데, 끝나고보니 금메달 5개 정도에 15위 밖으로 추락한 결과에 머물렀다면?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철렁한다. 그러니 그냥 처음 예상이 금메달 8개나 9개 획득에 종합 순위 7위나 8위 정도로 두루뭉실한 예상이었으면 욕도 안 먹고 좋았을 것을...

 

어차피 결과는 다 나왔고 온 국민의 축하와 기쁨으로 성황리에 폐막한 올림픽인데,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느냐고 필자에게 눈치를 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그냥 넘어가자고 말이다. 그런데 이해하려 해도 괜시리 목에 가시가 걸린 듯 한 이 찜찜한 기분은 왜일까? 알다가도 모르겠다. 만일 기상 관측같은 분야에서 예보가 오류가 있다면 그 결과에 따라 심각한 손실이나 재해가 초래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분명한 사실은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당초의 예측이나 예상에 오류가 있었다면 심각한 반성과 더불어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생각과 실천의 과감한 시도가 있어야 더 나은 방향으로의 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밤하늘은 밤하늘답게 어두워야 제 격이고, 스포츠 분야나 정국이나 경제계나 하나같이 제 본분을 다 하는 사람들의 모듬체라야 제 격이라고, 아직도 순진한 망상에 사로잡힌 현실이 개탄스럽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리 알지 못하다가 잘 되면 그만이고, 안 되면 모든 것이 남의 탓으로만 돌리면 다 통하는 세상의 풍조에 필자는 어째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 생각할수록 답답한 노릇이다. 어쩌다보니 그리 큰 잘못을 하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질책과 힐난의 칼날을 들이댄 것 같아 조금은 민망하고 송구스럽다.

 

다른 사람의 행동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 그럴 수도 있겠구나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의 선택이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이해를 하면, 상대에 대한 불신과 오해가 줄어들게 된다고 하는데 말이다. 인간관계는 나를 조금 내려놓고, 이해와 관용으로 껴안으면 편안하고 행복해진다고 하니까, 천상 나 자신을 갈고 닦아 적당한 사람으로 빚어내는 작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려니 여긴다.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싫어하면 저 쪽이 미워지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미워지고 싫어진다. 또한 부정적인 감정이나 미운 생각을 지니고 살아가면 그 피해자는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하루 하루를 그렇게 살아가면 내 삶 자체가 얼룩지고 만다. 사실상 인간관계를 통해 우리는 삶을 배우고 나 자신을 닦는다. 그렇다면 회심(回心), 곧 마음을 돌이키는 일로써 내 삶의 의미를 심화시켜야 하리라 믿는다.

 

맺힌 것은 언젠가 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생에 풀리지 않으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알 수 없다. 미워하는 것도 내 마음이고, 좋아하는 것도 내 마음에 달린 일이다. 나이 들어간다는 건 천천히 혼자가 되어가는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혼자 하는 생각이 많아지고, 식탁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한 끼 식사도 차츰 혼자서 자주 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나만 생각했던 것들이 우리를 생각하면서 새롭게 배려하게 될 것이다. 나이보다 젊게 살아갈 수 있는 건 끝없이 도전하며 실천하는 것이다. 시간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만이 멋진 황혼을 누리며 나이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여러 가지 생각으로 번다한 심상이지만 그렇더라도 밤하늘이 깊고 푸르른 건 느낄 수 있다. 저 말 없이 깊어가는 밤하늘을 닮아 좀더 깊고, 더좀 푸르른 나머지 나의 삶을 살기 위해 애를 더 써야겠다.

 

 

 


원본 기사 보기:투데이리뷰 #http://todayre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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